광주요양병원 파킨슨
요양병원
Aug 06, 2026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집에 가 있는 아버님 - 파킨슨 어르신과 보내는 오후, 광주요양병원


안녕하세요, 에스웰요양병원 정서관리담당자입니다.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당황했던 순간이 있어요.

파킨슨 진단 받고 오신 어르신한테 "어르신,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하고 여쭤봤더니, 또렷하게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나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에요."

억울하다는 게 아니라, 그냥 사실을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그게 오히려 더 마음에 걸렸어요.

파킨슨 진단을 받으신 지 4년

70대 중반이신데, 파킨슨 진단을 받으신 지 4년 정도 되셨다고 하셨습니다.

손 떨림으로 시작하셨다가 이제는 걸음이 많이 느려지고 균형을 잡기가 어려우셔서,

혼자 두기가 위험한 상황이 되셨다고 하더라고요.

담당 선생님한테 미리 들었을 때 "인지는 완전히 정상이세요"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제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처음 병실에 들어갔더니 아버님은 창문 쪽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TV도 안 켜져 있었고, 책도 없었고요. 그냥 창밖을 가만히..

"아버님, 안녕하세요. 저 정서관리 담당이에요. 잠깐 얘기 나눠도 될까요?"

아버님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셨어요. 파킨슨 특유의 느린 동작이었죠.

표정은 굳어 보였는데, 눈빛은 또렷하셨습니다.

"뭐 하는 사람이에요?"

"어르신들 말동무 해드리는 사람이에요."

잠깐 침묵이 있으셨어요.

"말동무는 무슨... 나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

그 말의 무게를 저는 꽤 오래 생각했습니다.

어르신들이 정서적으로 가장 힘드신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이만큼 인지는 멀쩡하시거든요.

어제 있었던 일도 기억하시고, 뉴스도 이해하시고, 대화도 논리적으로 하시고. 그런데 몸이 말을 안 듣는 거죠..

걸으려고 하면 발이 멈추고, 밥을 먹으려고 하면 손이 떨리고, 말하려고 하면 목소리가 작아지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 매일 반복되는 겁니다.

파킨슨 진단받은 어르신들은 다 아세요.

내가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는 것도, 지금 이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도..

그래서 우울감이 오히려 더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라는 말.
저는 그 말에 "맞아요, 어르신이 병원에 계셔야 할 분이 아니죠"라고 동의하지도,
"여기 계시는 게 맞아요"라고 반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옆에 앉았어요.

"아버님, 전에는 어디 사셨어요?"

"화순."

"화순이요? 거기 뭐가 좋았어요?"

또 침묵이 흘렀습니다. 좀 긴 침묵이었는데, 저는 기다렸어요.

"뒤에 산이 있었어요. 아침마다 걸었거든. 혼자서."

그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게 담겨 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혼자서, 라는 말이요.

"어떤 산이었어요? 높았어요?"

"높진 않아. 그냥 동네 뒷산. 근데 공기가 좋아서..."

말끝이 흐려지셨어요. 목소리가 파킨슨 때문에 작아지기도 했고...

'그 기억이 지금이랑 너무 달라서 말을 잇기가 어려우셨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더 묻지 않고, 그냥 같이 창밖을 바라봤습니다.

그다음 방문부터 저는 아버님한테 신문을 가져다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버님이 뉴스를 좋아하신다고 선생님한테 들은 게 있었습니다.

근데 파킨슨이 진행되면서 스마트폰을 다루기가 어려워지셨고,

TV는 채널 돌리는 게 불편하셔서 자연스럽게 안 보시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신문을 가져다드렸더니 아버님이 한참 들여다보셨습니다.

손이 떨리셔서 넘기는 게 쉽지 않은데도, 천천히 천천히 넘기셨어요.

"요즘 세상이 시끄럽네."

"그러게요, 아버님. 어떤 기사가 눈에 들어오세요?"

그날 우리는 20분 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경제 얘기, 날씨 얘기, 화순 얘기... 아버님이 먼저 말씀을 꺼내실 때까지 기다리면서요.

병실을 나오면서 저는 생각했어요.

아버님한테 필요한 게 위로가 아니었다는 걸요.

본인이 세상이랑 연결돼 있다는 느낌, 아직 뭔가를 생각하고 의견이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

그게 필요하셨던 거예요.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아버님은 지금도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가끔 말씀하시곤 합니다.

저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아요. 그 마음이 드시는 게 당연하다, 싶으니까요.

그 말씀 하신 후에 신문 넘기시면서 "이 기사 봤어요?" 하고 저한테 물어보실 때가 있습니다.

그게 지금 아버님이 여기서 살아계신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파킨슨 진단받은 어르신도 정서관리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나요?

네, 가능해요. 파킨슨 진단받은 어르신들은 인지가 좋으신 경우가 많아서, 말씀 나누기나 신문 읽기, 음악 감상 같은 방식이 잘 맞아요. 어르신이 좋아하시던 것들을 파악해서 맞춤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Q. 파킨슨 진단을 받으셨는데 입원 시 어떤 케어를 받게 되나요?

약물 관리, 낙상 예방, 정서 지원을 함께 진행해요. 파킨슨은 보행 불안정으로 낙상 위험이 높아서, 병실 환경 조정과 이동 보조가 기본으로 들어가요. 정확한 케어 방향은 상태에 따라 달라지니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는 게 좋아요.

Q. 인지가 좋으신 어르신이 입원을 거부하시는 경우엔 어떻게 하나요?

저희가 억지로 설득하거나 강요하지 않아요. 다만 어르신이 병원에서도 본인답게 지내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데 공을 들여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르신 속도에 맞춰가는 게 저희 방식이에요.

오늘도 어르신 한 분 한 분, 어떤 분이셨는지를 먼저 기억하겠습니다.

입원 관련 케어 방식이나 프로그램은 어르신 상태와 인지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상담을 통해 개별적으로 안내받으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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