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 어르신의 돌발행동 앞에서 저희가 먼저 하는 것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요양병원
안녕하세요, 에스웰요양병원 수간호사입니다.
치매 어르신들을 오래 돌보다 보면 이상한 걸 알게 됩니다.
날씨가 흐려지는 날, 기압이 변하는 날, 비가 오기 직전...
그 타이밍에 유독 병동이 술렁이곤 하죠.
어르신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시거나, 침대에서 내려오려 하시거나, 문을 두드리시거나요.
처음엔 저도 우연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몇 년 일하다 보니까 우연이 아니더라고요.
목요일 오후였어요
아침까지 맑았던 하늘이 오후 들어서 갑자기 흐려졌습니다.
기상 앱을 보니까 비가 올 것 같다고 나왔고요.
304호 어머님은 오전까지 잘 계셨습니다. 점심도 잘 드셨고, 제가 들어갔을 때 텔레비전도 보고 계셨거든요.
"어머님 잘 계셨어요?" 했더니 "응, 잘 있었어" 하고 대답도 하셨구요.
그런데 오후 2시쯤에 병실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달려가 보니까 어머님이 침대 난간을 잡고 내려오려고 하시면서 "나 집에 가야 해, 빨리 집에 가야 해" 하고 계셨어요.
오전이랑 완전히 다른 분 같으셨습니다.
치매 어르신들이 날씨 변화에 민감한 데는 이유가 있어요
기압이 떨어지면 몸의 감각이 달라집니다.
관절이 무거워지거나, 머리가 멍해지거나, 이유 모를 불안감이 생기는 경우가 있죠.
건강한 사람도 흐린 날 괜히 우울하고 몸이 처지는 느낌, 아시죠?
치매 어르신들은 그 감각이 와도 왜 그런지 파악을 못 하십니다.
그냥 막연하게 불안하고 무서운 거예요. 그 불안이 밖으로 나오는 게 돌발행동입니다.
집에 가야 한다, 누가 기다린다, 여기서 나가야 한다... 이게 다 그 불안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저는 어머님 옆에 가서 일단 앉았어요.
"어머님, 집에 가셔야 해요?"
"응, 빨리 가야 해. 애들이 기다려."
어머님 아이들은 다 성인이에요.
지금 자녀분들이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어머님 기억 속 어딘가에 있는 어릴 적 아이들이 기다리는 거죠.
치매 어르신들은 시간이 뒤섞이거든요.
"어머님, 오늘 날씨가 흐리죠? 비 올 것 같아서 좀 으슬으슬하죠?"
어머님이 잠깐 멈추셨어요.
"그러네. 비 오려나."
"네, 오늘 비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몸이 좀 무거우신 거예요. 오늘은 여기 계시다가 날 좋아지면 가시는 게 어때요?"
어머님이 한참 저를 보셨습니다. 그러다가 천천히 다시 앉으셨어요.
"그럴까..."
여기서 억제대를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손을 묶어버리면 일단 내려오시지는 않습니다.
근데 어머님은 왜 묶여있는지 이해를 못 하세요. 그러니까 더 무섭고 더 불안해지시는 거죠.
소리를 지르시고, 더 격하게 몸을 쓰시고, 그 과정에서 손목에 상처가 생기기도 합니다.
억제대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불안을 키우는 경우가 많죠.
저희가 억제대를 최후 수단으로만 쓰는 이유가 그거예요.
어르신이 왜 지금 이러시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 원인에 접근하는 게 먼저입니다.
오늘 날씨가 흐려서 불안하신 건지, 익숙한 게 없어서 무서우신 건지,
통증이 있으신 건지, 소변이 마려우신 건지...
이걸 하나씩 확인하는 게 돌발행동 대응의 시작입니다.
말로 표현을 못 하시는 분들은 행동으로 말씀하시는 거거든요. 저희가 그 행동을 읽어야 되는거죠.
"어머니가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예요? 치매가 심해진 건가요?"
보호자분들이 종종 물어보세요.
꼭 심해진 게 아닙니다.
그날 날씨가 흐렸거나, 병실이 평소보다 어두웠거나, 낯선 사람이 들어왔거나...
작은 환경 변화가 어르신한테는 큰 자극이 될 수 있거든요.
그게 행동으로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르신을 제압하거나 막는 게 아니라, 왜 그러시는지를 먼저 보는 것.
보호자분들과의 소통만큼이나
환자분들과의 소통이 참 중요하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치매 어르신이 갑자기 돌발행동을 하면 어떻게 대응하나요?
먼저 원인을 파악해요. 날씨, 통증, 소변, 낯선 환경, 수면 부족 등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원인이 파악되면 대화나 환경 조정으로 먼저 접근하고, 그래도 안 될 때 담당 원장님과 약물 조정을 상의해요.
Q. 억제대는 아예 안 쓰나요?
아예 안 쓰는 건 아니에요.
낙상 위험이 매우 높거나 본인이나 다른 분들한테 위험한 상황이 되면 보호자분과 상의해서 적용하기도 해요.
다만 첫 번째 선택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다 써본 후에 마지막으로 고려하는 거예요.
Q. 날씨 변화로 돌발행동이 심해질 수 있다는 걸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나요?
저희가 어르신별로 반응 패턴을 기록해둬요.
어떤 날, 어떤 상황에서 돌발행동이 나왔는지를 간호일지에 남기고, 비슷한 상황이 예상되면 미리 더 자주 들여다봐요.
날씨 앱을 보고 흐린 날 예보가 있으면 그날은 해당 어르신들을 조금 더 챙기는 식으로요.
Q. 치매 어르신이 밤에 소리를 지르거나 배회하면 어떻게 하나요?
야간에도 순회를 하고 있어서 소리가 나면 바로 들어가요. 불을 켜드리고, 어르신 옆에 앉아서 진정될 때까지 같이 있어드려요.
약물로 재우는 게 아니라 먼저 곁에 있는 게 저희 방식이에요.
입원 관련 케어 방식은 어르신의 치매 단계와 돌발행동 패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상담을 통해 개별적으로 안내받으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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