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못하시는 환자와 소통하는 방법, 광주 요양병원
요양병원
Jul 19, 2026

말씀 못하시는 환자와 말이 통하는 방법 - 광주요양병원 이송팀의 관찰 기록


외국어를 배우듯 환자를 이해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에스웰요양병원에서 이송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렵지만 보람 있는 순간은 환자분의 말을 이해하게 될 때입니다.

특히 콧줄을 끼고 계시거나 뇌졸중으로 발음이 불분명한 환자분들과의 소통은 뭔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 "으" 같은 소리만 들려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환자분 곁을 지나며 눈빛을 마주하고, 손짓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분의 언어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시선을 따라가보면 압니다

308호 할머니는 감염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신 후 며칠간 평소와 달리 예민해 보이셨습니다.

식사도 잘 안 하시고 표정이 어두워 보였습니다. 간호사님들도 이유를 찾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휠체어를 밀고 병실에 들어갔을 때, 할머니께서 계속 한쪽 벽면을 보고 계시더군요.

저는 그 시선을 따라가 봤습니다.

벽에 걸린 시계가 있었는데, 할머니 침대에서는 각도가 맞지 않아 잘 보이지 않는 위치였습니다.

"할머니, 시계 보고 싶으세요?" 여쭤보니까,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구요.

할머니는 지금이 몇 시인지 알고 싶으셨던 겁니다.

시간을 확인한다는 것의 의미

저는 시계를 할머니 시선에 맞게 15센티미터 정도 옮겨 달았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았지만, 할머니 얼굴에 평온함이 찾아왔습니다.

그날 이후 할머니는 다시 식사를 잘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할머니는 평생 규칙적인 생활을 하신 분이었습니다.

몇 시에 무엇을 하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시계를 볼 수 없다는 것은 할머니에게 더이상 시간의 주인이 아니게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평생을 시간관리 하며 살아오신 분께 시계는 작고 사소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평생의 습관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손짓, 그 안에 담긴 의미들

502호 할아버지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오른쪽이 마비되셨습니다.

말씀도 거의 하지 못하십니다. 그런데 제가 지나갈 때마다 왼손으로 창문 쪽을 가리키셨습니다.

처음에는 창문을 열어드렸습니다.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햇빛이 너무 밝은가 싶어 커튼을 쳤습니다. 또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저는 몇 분간 할아버지 곁에 서서 함께 창문을 바라봤습니다. 그때 눈부심이 TV 화면에 반사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할아버지는 TV가 잘 보이지 않아 불편하셨던 것입니다.

커튼을 반만 치고 각도를 조절하자, 할아버지께서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어"의 스무 가지 뜻

305호 할머니는 "어" 한 글자로 모든 것을 표현하십니다.

처음에는 도무지 구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니까 할머니의 "어"가 달리 들리기 시작하더군요.

목이 마르실 때의 "어"는 조금 급합니다.

자세가 불편하실 때의 "어"는 길게 늘어집니다.

누군가를 찾으실 때의 "어"는 끝이 올라갑니다. 완전 외국어같죠^^

이제 저는 할머니의 "어" 한마디만 들어도 무엇이 필요하신지 알 수 있습니다.

환자분의 언어를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쁜 오전 시간에도 저는 서두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환자분이 무언가 말씀하려 할 때, 제가 먼저 짐작해서 대신 말하지 않습니다.

환자분이 자신의 목소리로 말할 권리를 존중하는 것, 그것이 제가 배운 소통의 시작이거든요^^

가족보다 더 잘 알게 되는 순간

가끔 보호자분들이 면회 오셔서 환자분과 대화가 잘 안 되는 모습을 봅니다.

답답해하시는 보호자분께 제가 통역을 해드릴 때가 있습니다.

"지금 할머니께서 물 드시고 싶다고 하세요."

"할아버지께서 베개 위치가 불편하시대요."

보호자분들이 놀라십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물으시는데, 매일 뵙다보니 저도 알게 되더라구요^^

환자분들은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호소하지 않으십니다.

귀찮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세심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침상 시트가 구겨져 있지는 않은지, 베개가 목에 잘 맞는지, 이불이 너무 덥거나 춥지는 않은지.

자세히 보면 마음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말을 못 하는 환자도 의사 표현이 가능한가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환자분들은 눈빛, 손짓, 표정으로 충분히 의사를 전달하십니다. 저희는 매일 환자분을 관찰하며 그분만의 소통 방식을 배워갑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Q2. 인지 기능이 있는 환자인지 어떻게 아나요?

눈빛에서 의지가 보입니다.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반응, 특정 대상을 주시하는 모습 등으로 인지 기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호부와 정보를 공유하며 환자분의 상태를 파악합니다.

Q3. 가족이 환자와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두르지 마시고 충분한 시간을 주세요. 환자분이 표현하시기 전에 먼저 짐작해서 말하지 마시고, 천천히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면회 오실 때 저희 직원에게 물어보시면 그분만의 소통 방식을 알려드립니다.

Q4. 환자의 불편함을 빨리 알아차리는 비결이 있나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환자분을 뵙는 것이 가장 큰 비결입니다. 평소와 다른 점을 발견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작은 표정 변화, 자세의 미묘한 차이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Q5. 이런 세심한 관찰이 환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나요?

환자분들은 자신의 요구가 전달된다는 것을 알면 안심하십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삶의 의욕을 높입니다. 작은 불편함이 해소되면 전체적인 컨디션도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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