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어다니시는 어르신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 광주요양병원 낙상 예방
안녕하세요, 에스웰요양병원 환자안전담당 실장입니다.
요양병원에 오시는 보호자분들이 낙상을 걱정하시는 건 주로 누워 계신 어르신들이에요.
거동이 안 되시니까 침대에서 내려오시다가 넘어지실까봐가 큽니다.
그런데 제가 일하면서 실제로 더 아찔했던 순간들은 대부분 걸어다니시는 어르신들한테서 나왔어요.
스스로 움직이실 수 있다는 게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파킨슨 초기 단계이신 아버님
혼자 걸으실 수 있고, 화장실도 혼자 다니시고, 식당에도 혼자 내려오시는 분이죠.
보호자분도 "아버지는 걸어다니시니까 그나마 낫다"고 하셨어요.
저는 아버님을 처음 배정받았을 때부터 좀 신경이 쓰였습니다.
파킨슨 특유의 걸음걸이가 있거든요. 발이 잘 안 떨어지고, 보폭이 짧고, 방향 전환할 때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은 멀쩡하다고 느끼시는데, 실제 몸이 생각대로 안 움직이는 거죠.
그날 저녁 8시쯤이었습니다. 아버님이 화장실을 다녀오시다가 병실 문턱에서 발이 걸리셨어요.
제가 마침 복도를 지나다가 봤는데, 아버님이 앞으로 쏠리시는 순간 벽을 짚으셨어요. 넘어지지는 않으셨는데 등에서 식은땀이 났습니다.
"아버님,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발이 좀 안 들려서."
태연하게 말씀하셨는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셨던 것 같았습니다..
파킨슨 어르신들한테 낙상이 특히 위험한 이유가 있어요
걸음이 느리고 발이 잘 안 들리다 보니까, 문턱이나 바닥 턱 같은 작은 높이 차이에서도 걸립니다.
그리고 파킨슨은 몸이 굳어있어서 넘어질 때 반사적으로 손을 짚는 동작이 느려요.
일반 어르신들은 넘어지면서도 손을 짚어서 충격을 분산시키는데,
파킨슨 어르신들은 그 순간이 늦어서 그대로 쓰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절 위험이 높은 이유죠.
뇌경색이나 뇌출혈 이후에 한쪽 다리 힘이 약해진 분들도 비슷합니다.
본인은 걸을 수 있다고 느끼시는데, 약한 쪽 다리가 갑자기 풀리면서 주저앉는 경우가 있거든요.
치매 초기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지가 어느 정도 있으니까 혼자 다니시는데, 판단력이 흐려서 위험한 상황을 인식 못 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분들한테 "침대에 계세요"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움직이시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움직이시되 안전하게 움직이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저희 역할이겠죠. ^^
저는 그날 저녁 바로 몇 가지를 조치했어요
우선, 아버님 병실 문턱에 경사 패드를 깔았습니다.
높이 차이가 있는 곳을 완만하게 만들어드린 거죠.
화장실 안에 손잡이 위치도 아버님 키에 맞게 다시 확인했고요.
야간에 병실이 어두우면 화장실 가시다가 더 위험하니까 발 밑에 야간등도 달았습니다.
그리고 아버님한테 직접 여쭤봤어요.
"아버님, 화장실 가실 때 불편하신 데 있으세요?"
"아니, 괜찮아. 근데 밤에 좀 어두워서..."
"그럼 저희가 야간등 달아드릴게요. 그리고 혹시 밤에 화장실 가실 때 벨 한 번만 눌러주시면 제가 같이 가드릴게요."
아버님이 손사래를 치시더라구요.
"에이, 그것까지 부탁하기가..." 하고요. ^^
"아버님 혼자 가실 수 있는 거 알아요. 근데 밤에는 저도 같이 가면 더 안심이 돼서요."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그다음 날 밤에 벨을 누르시더라구요. ^^
낙상 예방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
거동이 되시는 어르신들은 도움받는 걸 싫어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젊으셨을 때 다 스스로 하셨던 분들이, 화장실 가는데 누가 따라온다는 게 받아들이기 어려우신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못 하시니까 도와드린다"가 아니라 "같이 하면 더 안전하니까"라는 말로 다가갑니다.
어르신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곁에 있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죠. ^^
자주 묻는 질문
Q. 낙상 방지를 위해 억제대를 쓰기도 하나요?
저희는 억제대를 최후 수단으로만 써요. 걸어다니시는 어르신한테는 거의 쓰지 않아요.
환경 조정, 야간등, 경사 패드, 벨 사용 안내 같은 방식을 먼저 해드리고, 야간 화장실은 가능하면 함께 다니도록 하고 있어요.
Q. 파킨슨이나 뇌졸중 이후 어르신들은 낙상 위험이 얼마나 높은가요?
일반 어르신들보다 훨씬 높아요. 파킨슨은 발이 잘 안 들리고 방향 전환이 어렵고, 뇌졸중 이후는 한쪽 다리 힘이 갑자기 풀리는 경우가 있어요.
본인은 가능하다고 느끼시는데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라, 저희가 더 자주 살펴봐야 하는 분들이에요.
Q. 밤에 혼자 화장실 가시다가 넘어지면 어떻게 되나요?
저희는 야간에도 순회를 하고 있어서, 어르신이 움직이시는 게 감지되면 확인해요. 다만 벨을 눌러주시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에요. 입원하시면 벨 사용법을 어르신한테도 직접 설명드려요.
입원 관련 낙상 예방 케어는 환자분의 질환과 거동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상담을 통해 개별적으로 안내받으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