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 — 광주 요양병원 감염실장의 하루
성과가 없는 것이 성과인 일
안녕하세요, 광주 에스웰 요양병원 감염실장입니다.
감염관리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일입니다.
내가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오늘 감염 관리 정말 잘 됐네요"라는 말을 들을 수가 없어요.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성과이거든요.
오늘도 교차 감염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새로운 내성균 보유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게 제 일이 잘 된 날입니다^^
아침 순찰부터 시작합니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격리 병동 순찰을 합니다.
격리 병동 입구에 가운이 충분히 비치되어 있는지, 손 소독제가 채워져 있는지, 의료폐기물 분리가 잘 되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저희 병원에는 CRE, VRE 보유 환자분들이 계셔서 격리 관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병실에 들어가는 모든 인력 — 의사, 간호사, 간병인, 청소 아주머니, 면회 오신 보호자까지 —
이 모든 분들이 일회용 가운과 장갑을 착용하셔야 합니다.
"어머, 잠깐 들어가면 되지"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럴 때마다 왜 이 절차가 필요한지 설명드리고 가운 착용을 부탁드립니다.
가운 입는 게 귀찮고 번거로우시겠지만, 그게 모든 환자분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죠^^
감염실장이 매일 점검하는 것들
-격리 병동 입구 가운·장갑 비치 상태 확인
-병동별 손 소독제 충전 여부 확인
-의료폐기물 분리수거 상태 점검
-격리 병동 출입 인력 가운 착용 여부 확인
-신규 격리 환자 파악 및 병실 배정 조율
-간병인·의료진 감염 교육 이수 현황 관리
-보호자분들과 함께하는 감염 관리
면회 오시는 보호자분들도 감염 관리의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잠깐만 인데", "가운 입기 귀찮다"라고 하시는 분들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지만, 일반 병동에서 오셨다면 신발이나 옷에 다른 균을 묻혀 오실 수 있습니다.
면회 전 손 소독 → 가운과 장갑 착용 → 면회 → 가운·장갑 지정 폐기 → 손 소독.
이 순서가 저희 격리 병동 면회 절차입니다.
이 절차를 매번 설명드리고, 지켜주실 수 있도록 부탁드리는 것도 제 일입니다.
보호자분들이 협조해 주실 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셨으니까요"라고 해주시는 분들 보면 참 뿌듯합니다^^
감염관리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요양병원의 감염관리는 감염실장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간병인 선생님들, 간호사 선생님들, 청소 인력, 이송팀, 심지어 면회 오시는 보호자분들까지.
병원을 드나드는 모든 분들이 함께해야 유지되는 일입니다.
교육하고, 점검하고, 또 교육하고, 또 점검하는 반복.
지루하지만 이 반복이 환자분들을 지키는 방어막이 됩니다. 오늘도 아무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가길 바라며, 내일 아침 또 순찰을 시작합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이 성과인 일. 보이지 않는 하루를 묵묵히 이어갑니다. — 에스웰 요양병원 감염전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