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들이 나를 버리고 갔어" — 요양병원을 거부하는 어르신의 마음과 회복의 시간
"자식들이 나를 여기 버리고 갔어"
안녕하세요, 에스웰 요양병원 간병팀장입니다.
새로 입원하신 환자를 처음 뵐 때 아직도 많이 듣는 말들이 있습니다.
"자식들이 나를 여기 버리고 갔어." "나 여기서 죽으라고 보낸 거지."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말의 속뜻을 압니다.
분노나 저주가 아니라 서운함입니다. 평생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지키셨던 분들이, 익숙한 집을 떠나 낯선 병원에 오게 된 슬픔이지요.
집에 계시다가 처음 입원하신 분일수록 상실감이 더 크십니다.
인지가 온전하실수록 더 힘들어하십니다
인지 능력이 온전하신 분들은 확실히 더 힘들어하십니다.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시니까요.
자녀가 왜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는지, 집에서 더 이상 돌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을 다 아십니다.
그래서 더 서러우신 거지요.
이런 경우 입원 이틀째, 사흘째까지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마음에 상실감이 크시면 말을 잃는 경우가 있거든요.
꾸준히 찾아뵙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저는 에스웰 요양병원에서 보호자분들과의 소통, 면회, 카카오톡 채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환자분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 일상이지요.
마음속 깊이 상처를 가지고 오신 환자분들이 입원하시면 더욱 자주 찾아뵙습니다.
말씀을 안 하셔도, 반응을 안 보이셔도 그냥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손도 잡고, 보호자분 이야기도 전해드립니다.
사흘이면 어르신도 현실을 받아들여 주십니다.
여기가 당신이 죽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당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임을 인정해주시기 시작하거든요.
자녀분의 사정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어르신은 아프시고 나이도 드셨기 때문에 모르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보호자분들, 특히 자녀분들이 얼마나 심적으로 어려운 상황인지요.
저희 에스웰 요양병원은 서울, 경기도 등 타지에 계신 보호자분들이 광주의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아이들 챙기랴, 살림하랴 버거운데 고향의 부모님은 요양병원에 계신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까요.
저도 해 봐서 정말 잘 알거든요.
그래서 저는 어르신께 보호자분 상황을 조심스럽게 전해드립니다.
"따님이 어제 저희한테 카톡하셨어요.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고 싶은데 너무 멀리 있다고. 어머니 건강도 안 좋으셔서 걱정되고, 혼자 계시게 두는 게 너무 불안하대요. 그래서 전문가들이 24시간 계시는 이곳에 모신 거래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환자분들 표정이 조금씩 바뀝니다.
버려진 게 아니라, 더 잘 보살핌받으려고 온 거라는 걸 이해하시기 시작하는 거지요.
이렇게 자주, 많이, 반복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요양병원은 치료하는 곳입니다
처음 입원하신 환자분께 제가 꼭 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요양병원은 치료받고 회복하려고 오는 곳이에요."
실제로 상태가 좋아져서 퇴원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등으로 오셨다가 케어받으시고 걸어서 퇴원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처음엔 여기가 화장터 가는 길인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났구만."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를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작은 변화를 함께 발견합니다
환자분들께 희망과 의지를 드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은 변화를 함께 발견하는 것입니다.
"아버지, 어제보다 오늘 식사를 더 많이 하셨네요." "엄마, 오늘은 침대에서 혼자 일어나셨네~"
이런 말들이 환자분께는 자신이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누군가가 그걸 보고 말해준다는 것 자체가 '관심받고 있다'는 증거가 되고요.
처음엔 "그게 뭐가 대수냐"며 무시하시던 분들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변화를 알아채주기를 기대하십니다.
정말 귀여우신 어르신들이십니다^^
그래도 끝까지 집에 가고 싶어 하시는 분들
솔직히 말씀드리면, 끝까지 요양병원을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매일 "나 집에 가고 싶어" 하시고, 온갖 욕을 하시거나 소리를 치시는 분도 있으십니다.
그럴 때는 병원장님부터 온 직원이 돌아가면서 조금씩 설득을 합니다. 한 분이 내시는 역정을 여럿이 나눠 부담하는 저희의 노하우랄까요.
어떤 할머니는 매일 가방을 싸두고 계십니다.
딸이 데리러 올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지요. 간병인이 가방을 정리하려 하면 화를 버럭 내십니다.
저는 그 가방을 그대로 두라고 했습니다.
그게 할머니에게는 희망이니까요. 대신 할머니와 자주 이야기를 나눕니다.
과거 이야기, 자녀 이야기를 들어드리며 외로움을 덜어드립니다. 그러다 보면 가방 안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달라고 하십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이 요양병원 입원을 너무 거부하시는데 어떻게 설득하나요? 무조건 설득하려 하기보다 먼저 부모님의 서운함을 인정해드리세요.
그리고 집에서 돌보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를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좋습니다. 입원 후에도 자주 연락하고 면회 오시겠다는 약속을 함께 전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Q. 입원 후에도 계속 집에 가자고 하시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초기에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몸이 건강해지면 집으로 가시자"고 말씀해주세요.
저희도 어르신이 이곳을 집만큼 편하게 여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어떻게 다른가요? 요양병원은 의사, 간호사가 상주하는 의료기관으로 치료와 간병을 함께 제공합니다.
요양원은 생활 시설로 일상생활을 돌봐드리는 곳입니다. 의료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분께는 요양병원이 적합합니다.
Q. 환자가 우울해하실 때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나요? 자주 연락하고 면회 오시는 게 가장 좋지요. 멀리 계셔서 자주 못 오시면 전화 통화만으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간병팀에 환자분의 과거 이야기나 좋아하시던 것들을 알려주시면, 저희가 환자분과 추억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많이 말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