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옮기면 안 되냐" — 부모님이 요양병원 전원을 거부하실 때 대처하는 방법 (광주 에스웰)
눈을 감으신 할머니 — 묵언 시위의 시작
안녕하세요, 광주 에스웰 요양병원 환자안전실장입니다.
교통사고로 골절 수술을 받은 80세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따님이 간병하시다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저희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하셨죠. 하지만 할머니는 완강히 거부하셨습니다.
"안 옮기면 안 되냐."
수술했던 병원에서는 퇴원하라 하고, 현실적으로 집에 모시는 건 불가능한 상태여서 결국 에스웰로 입원하시게 됐지요.
처음 요양병원에 도착한 할머니는 얼핏 보면 중증환자라 착각할 정도로 눈도 뜨지 않고 말도 안 하시더군요.
하지만 저는 눈치챘지요^^
첫째, 토라지셨구나.
둘째, 무서워하시는구나.
연세 드신 어르신들은 환경의 변화를 불안과 공포로 느끼십니다.
그 환경에 나를 맡긴 자녀에 대한 불만과, 불안과 공포를 '말을 안 하고 눈도 뜨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계신 중인 겁니다.
묵언 시위를 하시는 거지요.
요양병원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
아무리 요즘 요양병원의 시설이 좋아지고 인식이 개선됐다고 해도,
노인들에게 요양병원은 삶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징적인 공간이기 쉽습니다.
특히 치매가 없고 의식이 또렷한 어르신일수록 이 두려움은 더 구체적이고 강렬합니다.
환자의 정서와 심리는 실제 안전사고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저와 간병인 선생님들, 의료진들은 처음 환자가 입원하신 후 적응기간 동안 쉴 새 없이 환자를 찾아갑니다.
아무 반응이 없어도 그냥 손을 잡아드리고, 발도 만져드리면서
"엄마, 나 또 왔어~", "엄마, 손에 로션 좀 발라놓을게~" 하면서 자주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아무리 반응이 없으신 분들도 열댓 명이 돌아가면서 하루 정도 관심을 쏟아부으면, 고개도 돌리시고 손도 조금씩 움직이십니다.
그렇게 주변을 확인하신 할머니는 '여기가 나를 해치는 곳은 아니구나'라는 확신을 얻으시고는
노래도 들으시고, TV도 보시고, 저랑 이야기도 나누시게 됩니다.
공포의 2주를 이해하는 법
환자가 병원을 옮긴 후 안정을 찾기까지 통상 2주에서 한 달이 걸립니다.
이 기간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의학적으로는 '섬망'이라 부르는데, 저는 적응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정서적 고통으로 생각합니다.
전 군대는 안 가봤지만, 입대한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대 초중반 건장한 남성들도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70~80대의 연약한 어르신들이 적응하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놀랄 일이 아니지요.
찬찬히, 차근차근 다가가면 결국 마음을 풀어주십니다^^
보호자의 마음 — 그 죄책감은 근거가 없습니다
요양병원 적응기간 동안은 환자만큼이나 보호자도 마음이 힘듭니다.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보냈다"는 근거 없는(!) 죄책감이 불쑥불쑥 올라오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말 근거 없는 죄책감입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하셔야 될 정도로 아픈 부모님을 집에서 직접 보살핀다는 건,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감정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지만 의료적으로는 매우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저희는 보호자에게 환자의 일상을 사진으로 자주 보내드립니다.
식사하는 모습, 운동하는 모습, 간호사와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좋네요"라는 답변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보호자의 불안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걸 느낍니다.
- 아무 반응이 없으셔도 손을 잡고, 발을 만져드리고, 목소리를 자주 들려드립니다
- 열댓 명이 돌아가면서 하루종일 관심을 쏟아드립니다
- 보호자에게 식사·운동·대화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자주 공유합니다
- 적응기간 중 섬망 증상이 나타나면 원인을 파악하고 의료진과 공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이 요양병원 가기를 거부하시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어르신의 두려움을 인정해주세요. "여기는 치료받는 곳이고 좋아지시면 집에 가실 수 있다"는 명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병원 선택 시 초기 적응을 세심하게 돕는 곳인지 확인하세요.
Q. 입원 후 부모님이 말도 안 하고 눈도 안 뜨시는데 정상인가요? 장소 변화에 대한 극심한 불안 반응일 수 있습니다. 정서적 충격인 경우가 많으니,
자주 방문해서 손을 잡아드리고 말을 걸어주세요.
Q. 적응하는 데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개인차가 있지만 통상 2주에서 한 달입니다.
이 기간 동안 환자가 병원과 직원들을 신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가족이 자주 방문하는 게 적응에 도움이 되나요? 초기에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환자가 가족이 떠날 때마다 불안해하신다면 방문 횟수와 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입원 후 그런 부분도 저와 상의하시게 됩니다.
Q. 저녁마다 통화로 집에 가자고 우시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부정하거나 설득하려 들지 마시고 "조금만 있다가 좋아지시면 가실 수 있어요"라고 공감해주세요.
인지가 또렷하시다면 낮 동안 환자분과 일상을 풍부하게 공유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