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모시는 자식의 심정
요양병원
Aug 23, 2026

"모시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보호자의 죄책감에 대하여, 광주요양병원


안녕하세요, 에스웰 요양병원 간호부장입니다.

오늘은 좀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환자분 얘기가 아니라, 보호자분들 얘기입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보호자분들을 만났어요.

입원 첫날 짐을 들고 오시는 분들, 면회 오셔서 어르신 손을 잡고 계시는 분들, 퇴근하고 저녁에 혼자 오시는 분들...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제가 모시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처음에는 으레 하시는 인삿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어르신꼐, 그리고 본인께 하시는 말씀이셨습니다.

그 결정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압니다.

요양병원에 입원을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저는 압니다.

보통 한 번에 결정하시는 분들이 없어요.

처음 상담 전화를 주시고, 한 달 뒤에 다시 전화 주시고, 또 몇 주 지나서 직접 오시고... 이런 경우가 많아요.

그 사이에 뭘 하고 계셨는지 여쭤보면 다들 비슷합니다.

"좀 더 해보려고요."

집에서 좀 더 해보시려고, 요양원 알아보시고,

재가 서비스도 써보시고, 가족끼리 돌아가며 해보시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시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오시는 거죠.

그러니까 여기 오신 분들은 다 포기하신 분들이 아닙니다.
한계까지 하시다가 오신 분들이죠. 그게 다르거든요.

근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최선을 다하셨는데도 죄책감을 느끼십니다.

더 했어야 한다고, 내가 부족했다고요.

그 죄책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보호자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죄책감의 이유가 다 다릅니다.

"제가 직장을 다니다 보니까요." "남편이 반대를 해서요."

"저도 몸이 안 좋아서요." "애들이 어려서요."

"집이 좁아서요."

이유는 달라도 결론은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모시지 못했어요."

근데 저는 그 이유들이 다 이해가 갑니다.

직장을 다녀야 생계가 유지되고, 남편이 반대하면 가정이 힘들어지고, 본인 몸이 안 좋으면 돌볼 수가 없어요.

핑계가 아니라, 현실이죠.

치매 어르신을 24시간 혼자 돌본다는 게 어떤 건지, 해보신 분들은 아세요.

밤에 잠을 못 자고, 눈을 못 떼고, 외출을 못 합니다.

그렇게 몇 달을 하다 보면 돌보는 사람이 먼저 무너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보호자분이 쓰러지시면, 그때는 어르신도 돌볼 사람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요양병원에 오신 결정이 어르신을 포기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어르신을 더 잘 돌보기 위한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돌보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에요

보호자분들이 죄책감을 느끼시는 이유 중 하나가, "내 손으로 직접 돌봐야 진짜 효도"라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게 꼭 맞는 건 아니거든요.

어르신한테 필요한 게 뭔지를 먼저 봐야 됩니다.

욕창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집에서 드레싱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아무리 옆에 있어도 어르신이 고통받는 거예요.

폐렴이 반복되는데 흡인 관리를 할 수 없다면, 사랑이 있어도 어르신이 힘드신 거고요.

직접 못 모시는 대신, 제대로 된 케어를 받으실 수 있는 곳에 모시는 것.

그리고 면회를 와서 손을 잡아드리는 것. 그게 어르신한테는 훨씬 나은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어르신이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우리 딸이 매일 와요. 그게 제일 좋아."

매일 와주는 게 좋으신 거죠. 그 어르신한테는 그게 사랑이에요.

바쁜 일상 중에 시간을 내서 면회 오시고, 어르신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눈으로 확인하시구요.

그게 이미 많은 걸 뜻하겠죠?

면회 오실 때 가져오셨으면 하는 것

죄송하다는 말보다 다른 걸 가져오셨으면 해요. ^^

어르신이 젊으셨을 때 좋아하셨던 것들, 요즘 바깥 세상 얘기, 손자 손녀 얘기, 같이 갔던 곳 얘기.

그런 것들이요.

인지가 많이 떨어지신 어르신들도 목소리는 알아보십니다.

내용이 기억에 안 남아도, 익숙한 목소리가 옆에 있다는 느낌은 남거든요. 그 느낌이 어르신한테 주는 안정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실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한테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그냥 오늘 있었던 일 얘기하세요. 출근하면서 뭘 봤다, 뭘 먹었다, 날씨가 어떻다... 그 소소한 얘기들이 어르신한테는 세상이랑 연결되는 느낌을 드려요. ^^"

보호자분들도 좀 쉬셨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죄책감이 보호자를 갉아먹으면, 결국 어르신 곁에 있어드릴 에너지도 없어집니다.

지쳐서 면회를 못 오시게 되거나, 오셔도 기운이 없으셔서 어르신한테 좋은 에너지를 드리지 못하게 되거든요.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가끔은 본인을 위한 시간도 가지셨으면 합니다.

죄책감을 느낄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건강하게 오래 어르신 곁에 있어드릴 수 있게 하는 일이니까요.
어르신을 요양병원에 모신 분들이 나쁜 자녀가 아닙니다.
힘든 결정을 하신 분들이고, 그 결정 앞에서 죄책감을 느낄 만큼 어르신을 사랑하시는 분들이죠.

잘 하고 계십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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