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안 뜨시는 환자분께 다가가는 방법 (광주요양병원)
요양병원
Jul 27, 2026

세상을 보지 않으려는 분, 저는 그분께 이렇게 다가갑니다 - 광주요양병원 정서관리 이야기


안녕하세요, 에스웰요양병원 정서관리담당자입니다.

저는 병실을 돌며 어르신들 곁에 앉는 일을 합니다.

주사를 놓거나 처치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틀어드리고, 손을 잡아드리죠.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 그러더라고요.

"그게 무슨 치료예요?" 하고요.

지금은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눈을 질끈 감아버린 분, 눈 뜨시게 하는 치료랍니다^^"

어르신을 처음 배정받은 날이었습니다

70대 초반의 어머님이셨는데, 30년 넘게 신발 가게를 운영하셨다고 했어요.

간호사 선생님한테 미리 들었을 땐, "거의 말씀을 안 하시고 눈을 계속 감고 계신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처음엔 주무시는 줄 알았어요.

병실 문을 살짝 밀고 들어갔더니 어머님은 반듯이 누워서 두 눈을 꼭 감고 계셨어요.

기계 소리만 조용히 울리고 있었고, 볕이 창가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어머님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으시더라고요.

"어머님, 저 왔어요."

대답이 없으셨어요. 눈도 안 여셨고요.

하지만 눈을 꼭 다무시는 힘이 느껴졌거든요. 주무시는 분이랑은 달랐어요.

이건 안 보겠다는 거였죠.

어머님은 몸에 특별히 큰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었어요

낙상 이후 회복 중이셨는데, 신체 기능은 어느 정도 돌아왔는데 마음이 문제셨던 거예요.

병원에 오시면서 가게를 접으셨고, 자녀들이 모셔다드리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드셨던 것 같았어요.

보호자분께 여쭤봤더니 "집에서도 거의 말씀을 안 하셨어요. 그냥 하루 종일 누워만 계셨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환자분들 중에는 신체적인 이유가 아니라 이렇게

마음이 먼저 닫히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있거든요.

몸이 회복이 되어도 눈이 열리지 않는 분들이요.

다음 날 다시 갔어요. 이번엔 아무것도 안 들고 갔어요.

태블릿도, 음악도 없이 그냥 손만 들고요.

어머님 손을 살짝 잡았어요. "어머님, 저 또 왔어요. 오늘은 그냥 같이 있을게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냥 앉아 있었어요. 5분쯤 지났을까요. 제가 혼잣말처럼 했어요.

"신발 가게 하셨다고 들었어요. 가게 오래 하셨어요?"

눈은 여전히 감고 계셨어요.

그런데 손에 미세하게 힘이 들어오더라고요. 제 손을 잡은 건 아닌데... 놓지 않으시는 거예요.

저는 그걸 보고 속으로 '아, 들리고 계시는구나' 했어요.

세 번째 방문부터 저는 슬쩍 전략을 바꿨어요

어머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 노래를 한 곡 틀었어요.

1970년대 가요였는데, 잔잔한 곡이었어요. 음량은 아주 낮게 해서 귓가 가까이에 살짝만요.

그리고는 말을 걸었어요.

"어머님, 이 노래 아세요? 옛날에 많이 들으셨을 것 같아서요."

눈은 그래도 감고 계셨는데...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가셨어요. 0.5초쯤 됐을까요. 저는 그걸 놓치지 않았어요.

"방금 웃으신 거죠?^^ 저 봤어요."

어머님이 아무 말씀이 없으셨는데, 그 침묵의 결이 달라졌어요.

무겁고 단단한 침묵이 아니라 조금 물렁해진 느낌이랄까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저는 이걸 '눈보기 연습'이라고 부릅니다

눈을 떠 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하면 오히려 더 꽉 감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는 눈 대신 다른 것을 먼저 열려고 하거든요.

손이 될 수도 있고, 입꼬리가 될 수도 있고, 호흡이 될 수도 있어요.

어르신들이 눈을 감고 계신 건 많은 경우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보여주기 싫어서'예요.

나 지금 이 상태 안 보여주고 싶다는 거죠.

30년 넘게 가게를 지키셨던 분이, 자녀들한테 의지해야 하는 이 모습을 마주하기가 싫으신 거잖아요.

그 마음을 존중하면서도, 조금씩 세상이랑 연결고리를 다시 만들어드리는 것.

그게 제 일이에요.

정서관리는 '뭔가를 기다려드리는' 일

정서관리는 '뭔가를 해드리는' 일이라기보다 '뭔가를 기다려드리는' 일에 가깝더라고요.

어르신들은 저보다 훨씬 오래, 훨씬 많이 살아오신 분들이에요. 그분들이 눈을 닫으신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그 이유를 제가 바꿀 수는 없고요.

다만 저는 그 곁에 계속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또 왔네" 하는 순간이 오거든요.

그 한마디가 저를 다음 주에도 병실 앞에 서게 하는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서관리는 어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나요?

신규 입원하신 분, 격리 중인 분, 말수가 적어지거나 우울감이 보이시는 분들을 중심으로 저희 쪽에서 먼저 명단을 파악해서 방문드려요. 요청하지 않으셔도 먼저 찾아뵙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Q. 가족이 자주 못 오는 경우에도 이런 케어를 받을 수 있나요?

네, 오히려 보호자분이 자주 못 오시는 어르신일수록 더 자주 찾아뵙게 되는 것 같아요. 수업 중에 찍은 사진이나 어르신 반응 영상은 카카오톡 채널로 보내드리고 있어서, 못 오시는 날에도 어르신 상태를 확인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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