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임종기 요양병원, 가족이 함께하는 마지막 인사 - 임종의 골든타임
혈압과 호흡의 미세한 변화로 임종 시점을 예측합니다.
가족이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골든타임을 확보합니다.
많은 병원이 환자가 돌아가신 후에야 가족에게 연락하여,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채 이별하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아침
에스웰요양병원 흉부외과 전문의 양원장입니다.
그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십수년을 있다가 병원장님 설득으로 에스웰요양병원으로 왔네요.
응급실에 있으면서 수많은 환자분들의 마지막을 지켜봤습니다.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것만 1,000건이 넘구요.
지난주 목요일, 회진중에 310호 할아버님을 뵀는데, 호흡이 평소와 달랐습니다.
불규칙하고 얕았고, 혈압을 재니 점점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외의 신호들도 곧 다가올 이별을 표시하고 있었구요.
간호사에게 말해서 보호자분들께 "지금 오시는것이 좋겠다"고 전해달라 했고,
가까운 곳에 사시는 자녀분들이 오셔서 임종을 지켜드리는 모습도 봤습니다.
세상에 같은 죽음은 없습니다
25년간 지켜본 죽음은 모두 다릅니다.
어떤 분은 며칠간 서서히 약해지시고, 어떤 분은 갑자기 상태가 나빠집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사람마다 임종 과정은 다릅니다.
하지만 공통된 신호들이 있습니다. 호흡 패턴의 변화, 혈압의 하강, 의식 수준의 저하, 손발의 냉감.
수백 번 보다보니, 직감이 생긴 것도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임종 12시간 전부터 뚜렷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혈압이 떨어지며, 맥박이 약하고 빨라집니다.
왜 미리 연락하는가?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이별의 순간이지만, 대부분의 죽음은 갑작스럽게 느껴집니다.
마음의 준비를 단 몇 시간이라도 먼저 할 수 있다면,
그 시간동안 임종을 지키게 해 드릴 수 있다면,
돌아가시는 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저는 그게 의료인으로서 한 사람과, 가정에 다하는 마지막 의무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세상을 떠나고 싶어합니다.
죽음이라는, 내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 순간을 겪게 될 때, 남아 있는 가족들의 배웅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가 숨을 쉬고 계실 때, 되도록 의식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보호자 분들을 부릅니다.
죽음은 남아있는 가족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지만 못했던 인사,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다면 후회가 남지는 않습니다.
환자분을 조금 더 버티게 합니다
때로는 가족이 멀리 있어서 도착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자녀분들이 많으십니다. 이럴 때 저는 조심스럽게 환자분을 조금 더 버티시도록 돕습니다.
DNR(심폐소생술 거부)을 하셨더라도, 혈압 상승제를 소량 투여하여 환자의 상태를 일시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연명 치료는 아니고, 가족이 도착할 시간을 벌어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도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합니다.
환자가 편안하게 가시는 것과 가족이 함께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모두 지키는 것이 제 일이니까요.
가족에게 드리는 시간
제가 가족에게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입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눌 시간.
감사를 전할 시간, 용서를 구할 시간.
그 시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남은 가족의 '평생'에 기억됩니다.
임종을 함께했던 대부분의 가족은 슬퍼 하시지만, 한편으로 평온합니다.
그렇지 못한 가족은 대부분 후회하시는 것 같습니다.
"왜 그때 가지 못했을까." "마지막으로 한마디라도 할 걸."
요양병원은 생명을 유지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죽음을 눈앞에 두신 환자의 존엄함, 가족분들의 기억을 함께 돌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궁금해 하실만한 질문
Q1. 임종 시점을 정말 정확히 예측할 수 있나요?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1,000건 이상의 사망 진단으로 패턴을 읽을 수 있습니다.
호흡, 혈압, 의식 수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Q2. 가족이 도착하기 전에 돌아가시면 어떡하나요?
최선을 다해 예측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저희가 환자 곁을 지키며, 혼자 떠나시지 않게 합니다. 그리고 가족에게는 최대한 빨리 연락드립니다.
Q3. DNR을 했는데도 혈압 약을 쓰나요?
DNR은 심폐소생술을 거부하는 것이지, 모든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가족이 도착할 시간을 벌기 위해 최소한의 혈압 유지 약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Q4. 가족이 멀리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서울이나 해외에 계시는 경우, 징후를 포착하는 즉시 연락드립니다.
비행기 시간, 이동 시간을 고려하여 최대한 빨리 출발하시도록 안내하며, 저희는 환자 상태를 유지하며 기다립니다.
Q5. 임종 후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저희가 사망 확인과 사망진단서 작성을 즉시 진행합니다.
저희 요양병원은 장례식장을 함께 운영하지 않습니다. 필요하신 분께는 장례식장, 영구차 등 필요한 안내를 고객지원본부에서 도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