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이 좋아하시던 노래를 알려주세요 — 광주 요양병원 정서관리의 시작
입원 서류에 없는 질문들
안녕하세요, 광주 에스웰 요양병원 간병팀장입니다.
새로 환자가 입원하시면 저는 보호자분께 서류에 없는 질문을 합니다.
"어머니가 평소에 좋아하시던 노래가 있으세요? 추천해 주세요." "젊으셨을 때 무슨 일을 하셨어요?" "특별히 좋아하시는 음식이 있나요?"
처음엔 보호자분들이 의아해하십니다. 병원에서 왜 이런 걸 묻나 싶으신 거지요.
그런데 이런 정보가 환자분과 빠르게 친해지는 열쇠입니다.
어르신과 빠르게 친해지면, 어르신도 요양병원에 빠르게 적응하실 수 있겠지요? 혈압 수치, 복용하시는 약만큼이나 중요한 정보입니다^^
미용 하셨던 할머니 — "동백 아가씨"로 시작된 관계
305호 할머니는 입원 초기에 말씀을 거의 안 하셨어요. 식사도 잘 안 하시고, 창밖만 보고 계셨지요.
보호자께 여쭤보니 젊으셨을 때 미용사셨다고 하더라고요. 손님들 머리 손질하며 수다 떠는 걸 좋아하셨고, 트로트를 무척 좋아하셨다고요.
정말 고급 정보지요^^
그래서 다음 날 바로 병실에 들어가면서 "동백 아가씨"를 흥얼거렸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 눈빛이 달라지시더라고요.
낯선 환경에서 좋아하시는 노래가락이 들려오면 얼마나 반가우시겠어요.
그날부터 저는 할머니 병실에 갈 때마다 일부러 트로트를 흥얼흥얼 하면서 다녔습니다.
조금 친해졌다 싶어서 "엄마, 미용실 하셨다면서요?" 여쭤보니, 이렇게 묶어봐라, 앞머리는 어떻게 넘겨라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치매 환자에게도 과거는 살아있습니다
치매가 있으신 환자들도 과거 기억은 선명하신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 점심 메뉴는 기억 못 하셔도, 젊었을 때 일은 또렷하게 말씀하세요.
저는 그 기억을 대화의 실마리로 삼습니다.
입원하고 계신 어르신들이 대부분 70~80대 이상이시다 보니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셨던 분이 많습니다.
신기하게도 계절마다 어떤 작물을 심으셨는지, 어떻게 키우셨는지 자세하게 기억하십니다.
"할머니, 이맘때면 뭘 심으셨어요?"
그럼 할머니는 신이 나서 설명하세요. 감자 심는 법, 고추 모종 심는 시기 같은 것들입니다.
듣다 보면 재밌어서 저도 한참 듣게 되는데, 그 시간만큼은 기억 속에서나마 다시 농부가 되시는 것 같아요.
특별한 프로그램보다 꾸준한 일상이 더 중요합니다
간병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분들께는 특별한 프로그램보다는, 꾸준히 일상을 공유하고 자주 말씀을 걸어드리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별 프로그램들은 그때 잠깐 조금 더 즐거울 뿐이고, 현실적으로 자주 할 수도 없습니다.
떠들썩하게 프로그램을 할수록 끝난 후에 오는 적막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특히 중환자분들이 많은 저희 에스웰 요양병원에서는 일상에서 꾸준히 어르신들과 터치하고, 스킨십하고, 말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과거 이야기를 시작하실 때 — 젊었을 때 이야기를 꺼내시는 건 마음이 열렸다는 신호입니다. 경청하며 공감하면 정서적 유대가 형성됩니다
- 자신을 소개하실 때 — "나 옛날에 선생님이었어"처럼 정체성을 말씀하시면 자존감이 회복되는 중입니다. 과거 역할을 기억하고 존중해 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 병실을 꾸미기 시작하실 때 — 사진을 붙이거나 물건을 정리하시는 건 이곳을 자기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신호입니다. 환경에 대한 통제감을 되찾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요양병원에서 환자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케어가 가능한가요? 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입원 시 환자의 과거 이력, 취향, 좋아하는 것들을 파악하여 일상 케어에 반영합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드리거나 취미 활동을 연결해드리는 등 개인 맞춤 정서 케어를 제공합니다. 좋아하셨던 노래가 있으시면 많이 추천해 주세요.
Q. 치매 환자도 정서 케어가 효과가 있나요? 네, 치매 환자도 과거 기억은 선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젊었을 때의 일, 좋아하던 노래 등을 활용하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소통이 원활해집니다. 과거 기억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가족이 병원에 어떤 정보를 제공하면 도움이 될까요? 환자분이 평소 좋아하시던 노래, 음식, 취미, 젊었을 때 직업, 자랑스러워하시던 일 등을 알려주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가족사진도 가져다주시면 병실에 붙여드립니다.
마음이 열리고 있다는 신호 3가지